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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REVIEW

퇴사학교

머니피아 2017. 12. 29. 15:12



20161230, 56개월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스스로 퇴사를 결심했다기보다 회사의 권고사직이 있었고 부서에서 내가 그 대상이 되었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게 된 것이다. 이미 1년전부터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심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으며, 그런 상태로 일을 하다보니 남들은 하지도 않는 업무상의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퇴사를 결심하기 일주일 전 본부장실에서 실컷 혼나고 퇴사를 결심했을 때조차 사실 두려웠다. 이대로 그만두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상에 내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기에 단 몇 개월만이라도 더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려했지만 공교롭게도 회사는 일주일 후에 통보를 해왔다. 그런데 의외로 담담했다고 하면 이상할까? 5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이 지급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그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했을지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퇴사를 통보받음에도 속으로는 그런 계산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비롯한 월급쟁이들이 얼마나 월급에 중독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덕분에 약간의 안도감을 얻은채 일주일만에 인수인계 마무리하고 회사의 배려로 오랜만에 야인(?)의 삶을 살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능할까?

적어도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급여나 복지가 좋은 회사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주는만큼 또는 받는만큼 일을 해야 하고 일을 시킨다. 일에 치이다 보면 입버릇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고 회사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근거없는 욕망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현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참고 또 참아야 하며, 주말을 하얗게 불태우고는 개그콘서트 엔딩 음악에 절규하며 월요일 출근을 준비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개그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 마침내 가장 우울해지는 역설적 희극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부터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는다. 재미도 없고 사실 그 엔딩 음악을 들으면 내일이 월요일이란 압박이 느껴져서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오로지 취업을 위한 교육이다. 누구나 원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을 쌓는 직업학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적성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원하는 안정적 일자리는 그러나 본질적으로 피고용자이며, 이미 언젠가는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무원조차도 성과 체제로 변화하며 철밥통의 오명을 벗으려는 시대에 더 이상 평생 직장이란 용어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졸신입사원 세명 중 한명이 퇴사를 하는 시대, 더이상 퇴사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얼마전 TV에도 방영되었던 요즘 젊은 것들의 퇴사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신입사원들이 대기업을 마다하고 퇴사한 것을 두고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의 회사에 대한 간극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누구나 경험하게 될 일이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의 퇴사를 위해 조금씩 준비해야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미 다가온 퇴사의 시대에도 회사에서 꿋꿋이 버티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 '먹고사니즘' 때문이다.회사 생활이 힘든 7가지 이유는 적성, 성장, 시간, 관계, 공허, 안주, 문화의 문제라고 한다. 굳이 정리해서 열거해놓았기에 각각의 이유에 대해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에 모두 공감한다고 해서, 모두 내 이야기 같다고 해서 무작정 퇴사해야할까? 내 경우는 대부분이 해당되기는 했다.

퇴사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일단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 퇴사는 순간의 감정으로 저지를 일이 아니라 충분한 계획을 가지고 준비한 뒤 실행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준비한채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을 없을 것이다. 저자 또한 막연히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으나 나와 비슷한 5년차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고한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는데, 회사를 다닐때는 그렇게 부럽던 백수의 생활(?)을 경험해보니 참 별것도 아닌 것이 아직은 좋기만 하다


찰스 핸디의 시그모이드 곡선은 인간의 성장과 쇠퇴를 S자 곡선으로 표현하는데 A지점에 지나 정점에 도달한 후 쇠퇴하기 시작한다. 이때 A 지점을 지나 쇠퇴하기 전에 다시 한번 두번째 상향 곡선을 뽑아내야 하며, 그러지 못한채로 B지점에 도달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물론 두 번째  상향 곡선을 뽑아낸다고 해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처음에는 전과는 다른 하향된 삶을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


저자는 퇴사 후 좋아하던 글쓰기를 통해 출간을 목표로 3개월간 글을 썼고 이를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음으로써 '퇴사학교'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또한 동명의 회사를 창업해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퇴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그들과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두 번째 상향 곡선을 뽑아낸 것이지만 처음에는 막막했을 것이다. 가장으로서 혹은 1인 가구의 생계를 짊어진 채로 소득이 끊긴 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사니즘 로드맵을 보면 회사 안과 회사 밖을 첫 번째, 두 번째 세계로 구분했고 변화의 강도에 따라 나열해 놓았다. 이미 첫 번째 세계에서 첫 탈출을 경험했으나 다시 회사 안으로 들어가야할 것 같다. 이직이 아닌 전직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 꾸준히 독서와 리뷰, 투자를 통해 블로그를 활성화하고 나만의 브랜드맵을 구축하여 창작 활동과 나아가서는 창업도 해보려 한다. 정년이라 불리는 나이 이후에도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하는 100세 시대에 언제까지 피고용인으로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충분한 준비와 함께 했어야할 퇴사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이하게 되었다. 항상 실행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강제 실행을 하게 되니 사실 더 두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또 한가지의 사실은 원래 닥치기 전에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쯤되면 알아서 안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 현실적으로 끌렸는지도 모른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퇴사를 결정한 순간 바로 결제해 버렸으니 말이다. 당분간은 저자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쉬어볼 생각이다.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는데 이 무슨 역설인지 모르겠다. 아무 계획 없이 쉰다고 해놓고 새해 계획은 신나게 세워놓았으니...이 책은 퇴사한 사람보다는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적합할 것 같다. 퇴사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한번 더 생각하고 준비하게 해줄 수 있는 사실상 '퇴사 차단기'가깝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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